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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etical Start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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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우선순위를 잘못 잡았다고 소라는 이를 갈며 맹렬히 반성했다.

반대잖아──! 이쪽을 먼저 생각하지 보통은!!

뭐가 멋들어진 상황 판단력이냐 멍청아, 이래서는──

잠정 2등 아가씨의 이름을 모른니, 순위에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아────!!

"…………웅……빠야……? ……여기, 어디야……?"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맹령한 반성에 빠졌던 소라는 졸린 눈을 비비는 1등 아가씨의 중얼거림에.

──흠.

조용히 목소리를 흘린 다음. 새삼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찬가지로 땅에 엎드린 채 의식을 잃은 일동이 하나하나 눈을 뜨기 시작한다.

지브릴, 스테프, 플럼, 이즈나, 이노──.

그러나 모두가 하나같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에──소라는 인식을 새로이 했다.

보아하니 『두번째 문제』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해결이 안 될 것같다.

모두 기억이 없는 모양이니──그러나…….

"──웅!……뭐, 잘 모르겠지만 문제없겠지."

절박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소라는 헤실헤실 대꾸했다.

시로의 손을 잡아 일으키고, 눈앞의 『잠정 2등 아가씨』를 쳐다보았다.

──그것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무엇인지는 명백했다.

처음으로 지브릴과 만났을 때의, 대구경 화포를 눈앞에 들이댄 듯한 무기질적인 죽음의 공포.

그러나 눈앞에 떠 있는 그녀에게는── '그런 것조차도 없었다'.

용오름이나 해일 같은 것과 직면하면 인간은 이렇게 될 거라고 소라는 생각했다.

여기에는 절망도, 죽음도 공포도 없다. 그저 망연자실과──『체념』이 있을 뿐이다.

저항할 생각조차 용납되지 않는, 자연의 한 호흡을 체현한 존재감이 명확하게 대답해주었다.

──이것이 『신』이라고.

십육종족의 정점. 삼라만상의 현현. 위계서열 제1위──올드데우스라고.

──그러나,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은가. 소라는 거창하게 말했다.


"여기가 어디냐고? 게임 속이다!! 뭘 하고 있느냐고? 게임 중이다!! 이상!"

이곳이 어디인가, 기억에 있는 장소였다. ── 그렇다, 과거형이다.

동부연합, 미야시로의 정원── 그러나 지금 그곳에는 일곱개의 문이 아무렇게나 서 있다.

그리고 올려다보면 머리 위에는 하늘을 뒤덮을 것 같은 거대한 대지가 떠 있다.

──오케이. 그런 게임을 시작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올드데우스에게 도전하고자 에르키아를 떠났을 때까지의 기억은. 있다,

그렇다면 올드데우스와 게임을 시작했고, 조건으로 『기억박탈』이 있었느냐 하면── 어찌됐든 문제는 없다.

"마, 마스터를 얕잡아본 적은 없사오나. 지금만큼 두려움을 느꼈던 적 또한──."

"……올드데우스를 앞에 두고도 용케도 태연하네요오……. 그 심장 어디서 파나요오?"

태풍에 신이 난 어린아이 같은 소라에게 부드럽게 에두른 매도가 쏟아졌으나── 쓴웃음.

절망도 공포도 넘어선. 인간의 몸으로는 이해조차 불가능한 초월적 존재──!

오오. 이 얼마나 가공할 노릇인가……!!

──그러나 바로 그 '인간의 몸'인 소라에게는 요컨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용오름이나 해일. 자연재해에 직면했을 때 지구 출신 현대인이 무엇을 할까?

핸드폰을 꺼내 인증샷을 찍고 인터넷에 올려야지. 예의상 말이야.

그렇게 잠정 2등 아가씨. 추정 하느님의 로우앵글 샷을 노리려고 슬금슬금 접근하는 소라에게──

이제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 무엇도 비추지 않는 눈으로 그저 붓을 놀리기만 하던 올르데우스는.

담담하게, 무감정하게, 무기질적으로, 그저 '확인'하듯이 고했다.

【유희 개시 조건 '하나'. 도전자들의 과거 24시간 분량 기억──징수. 확인.】

──추측을 긍정하는 말에 소라와 시로만은 나란히. 대담하게 웃었다.

그저 허공에 떠 있을 뿐인데도 지브릴 조차 낯빛을 잃는──신을 상대로.

이 규격을 벗어난 존재──올드데우스에게. 자신들은 게임으로 도전했던 것이라고.

그 『스타트 칩』이 다시 말해 24시간 분량의 기억── 지금의 상황이다.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기대에 가슴이 부풀어오른 소라. 그러나──

【'둘'.숙주──속칭『무녀』의 목숨──징수. 확인. 유희개시 조건 성립으로 간주한다.】

──이어진 말에. 생각이 멈추었다.

"──뭐엇……?! 무, 무녀님이이──?!"

그 지나치리만치 압도적인 존재감이 가려졌던 것.

허공에 뜬 올드데우스의 바로 아래…… 백목으로 만든 계단에 누운 어떤 실루엣을 알아보고.

이노는 비명을 지르고 땅을 부술 듯이 박차 달려갔으며. 이즈나도 그 뒤를 따랐다.

힘없이 움직이지 않는 무녀를 둘이서 안아 일으키며 말을 걸지만…….

──워비스트의 오감이라면 달려가기 전에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무녀의 몸에 호흡이 있다면, 맥동이 있다면──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올드데우스의 말대로── 『목숨』을 징수당한.

──틀림없는……무녀의……『주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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