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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etical Start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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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라.

잠기운에 날아와 박힌 그 말에, 소라는 눈을 떴다.

지면에서 떼어내듯 몸을 일으키고, 꿈에서 덜 깬 눈을 이리저리 돌리다──

……훗.

소라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멋들어진 상황 판단력이라고 자화자찬하며 웃었다.

주위를 흐느적 둘러본, 단 한번의 동작으로 밝혀낸── 두가지 문제.

중대성에서 우선순위까지 설정한 소라는 냉정하기 그지없는 머리로 그것들을 순서에 따라 생각했다.


──『첫번째 문제』는. 중대한 문제.

소라 머릿속 300명 위원회 공식 미소녀 랭킹의 변동── 다시 말해.

그가 돌린 시선 너머에── '어마무지 예쁜 여자애가 있었던 건'에 대해서 였다.

그것은 허공에 뜬, 자신의 키만 한 먹통에 앉아 팔로 턱을 괴고있는── 어린 소녀.

동부연합과는 양식이 다른── 그러나 동양풍의 우아한 옷차림. 손에는 낡은 붓.

날개나 베일처럼 펼쳐진 무수한 두루마리를 등에지고, 강철색 눈으로 이쪽을 싸늘하게 내려다본다── 아니.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 눈은 만든 것을 방불케 해.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공허하게 좇고 있다.

마치 인형 같은── 그러나 신이 깃든 그 미모에 소라는 반쯤 강제적으로 눈길을 빼앗겼다.


미녀라면 질릴 만큼 구경했던 소라에게, 그것은 참으로 중대한 문제였다.

……여자 경험도 없는 놈 주제에 뭔 헛소리를 하느냐는 꾸지람은 지당──하지만!!

이 세계에 온 이후 만난 여자라고는 하나같이── 적정한 수준을 몰랐다.

아이돌과 나란히 세워놓으면 공개처형을 확정할 수 있는 공주님에, 톱 모델도 열등감에 빠져버릴 천사에, 로리 속성에 눈을 뜬다면 체포밖에 답이 없는 범죄 조장 짐승귀 소녀── 등등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이 모양이다.

여전히 애인 없는 경력을 경신 중인 몸!

그러나 쓸데없이 여자에 익숙해지기만 한 작금, 이제 와서 단순한 미녀에 당황할 소라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던 시기가 제게도 있었죠~하고. 의무적으로 중얼거리고.

눈앞의 소녀를, 당 위원회 부동의 『1등(시로)』다음으로라도 랭크인──시키려다가.

이어지는 문제와 연관이 있음을 깨닫고, 소라는 일단 그쪽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두번째 문제』는 사실 별로 큰 문제도 아니다.

그냥 입 밖으로 꺼내버리면 해결될 정도의 일이었다── 그것은 곧.

"……어~……? 여긴 어디고, 얘는 누구고, 난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이처럼──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 는 건에 대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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