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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etical Star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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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현상을 세계의 모든 것들이 목격했다.

극동의 바다에 뜬 섬에서 태어난 『힘』에 의한── '재창조'.

눈 깜작할 사이에 일어난 그것은 불가사의하게도 별의 뒷면에서조차 목격되었다.

일그러진 별이, 그 비명을 천지에 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처럼──


──밤의 어둠은 부서지고, 낮의 빛은 찢어졌다.

불손하고, 부당하고, 부조리한 힘이 별마저 통째로 뒤흔들어 놓았다.

힘은 파도로, 파도는 형체로 바뀌어, 개념이 정의도고 현출되었다.

우주개벽의 규모, 천지창조의 복사와도 같은 위업에── 하늘에, 대지가 태어났다.

허공에 생겨난 대지는 줄을 잇고 맴을 돌아, 이윽고 한 줄기의 나선이 되어.

소용돌이를 이루고, 탑을 짓고, 달까지도 닿을── 하늘의 구름다리가 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는 없어도, 본능적으로 떨기에는 충분했다.

──불행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자들도 이성이 무릎을 꺾고 전율하도록 강요했다.

이렇듯 이치에 어긋난 이 『기적』을 구사할 수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

피에, 영혼에, 존재에 새겨진, 유구를 거듭하고도 흐려질 줄 모르는──공포(기억)가 대답해주었다.

그렇기에 그날, 그 현상을 목격한 모든 이들은.

그것 외에는 할 수도 없었고, 더 할 일도 없었다── 다시 말해서.

'아아…… 신이시여' 라고 기도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편, 세계의 끝, 거대한 체스 피스 꼭대기에서는.

진짜 '신'── 이 세상 전체를 다스리는 유일신(테토)이──

"흐칭! 에칫, 훌쩍…… 나 아니거든~? 오늘은 참 많이도 부르네."

휴지로 가득 찬 쓰레기통을 끌어안은 채 불그레해진 코를 풀고 있었다…….

신에게는 필요도 없는 연출까지 가미해 흘리는 것은 콧물과──푸념이었다.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연호하는 것도 모자라서 헛소문까지, 너무하지 않아?"

불만스레 발을 파닥거린 테토가 쳐다본 것은── 하늘에 생겨난 새로운 땅이었다.

동부연합으로부터 에르키아 전토를 뒤덮는 규모로 펼쳐진, 천공의 대륙.

그것은 한 올드데우스가 한 순간에 짜맞춘 광대한 게임 보드였으나──

"──하하☆ 쫌 의외네. 너 상당히 화려한 걸 좋아했구나?"

그렇게, 올드데우스라고 해도 힘을 너무 화려하게 쓴다고 테토가 투덜거린 중얼거림에── 아니.


【묻노라, 작금의 형세는 그대의 작위인가?──『성배(星杯)(수니아스타)』의 보유자여.】

부름에, 허공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가 대답했다.

유일신에게 말을 걸다니, 올드데우스의 힘으로도 곤란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야──란 소릴 몇 번이나 해야 알아듣는거람……흐칭!"

'유일신이' 이야기할떄는 좀 호응해줘♪ ──라고.

불손하게 강요한 테토는, 이내 표표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휴지 한장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거짓이로다. 존재들을 이계로부터 불러낸 것은 그대일진저. 그대의 참전 의향을 개시하라.】

이 세계가 올드데우스에 의한 종의 피스 쟁탈전, 유일신에 대한 도전권을 얻는 싸움이라면.

유일신 자신의 '참전'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렇게 묻는 목소리에.

테토는 그저 헤죽 웃었다.

──모략 따위는 일절 없으며. 굳이 말하자면 기대가 있을 뿐이라고──.

"그 착각 때문에 게임을 망쳐버리고 있는 너희가 울상을 짓는 낯짝을 보고 싶다는 '의미'는 어떨까나☆"

치기 어린 대답과는 달리 그것은 테토의 거짓 없는 본심──기대였으나.

허공에서 울려 퍼진 올드데우스의 목소리는 그저 담담히 이어졌다.

【──그러한 수렴이 존재한다면 『수니아스타』가 이미 알았을 터.】

"…… '내 낯짝을 보고 싶다면 미래를 봐라'……라고 알아듣기 쉽게  말하면 안돼……?"

그렇게 쓴웃음을 지으며, 테토는 손바닥을 허공으로 내밀었다.

"이건 자랑이지만, 나는 너희하곤 달라서── 취향이 고상하거든."

그 손에 떠오른 것은 유일신의 상징.

"미래시(未來視)(스포일러)는 하지 않기로 결심할 만큼──♪"

──『수니아스타』

절대지배권의 개념장치인 그것은── '전능한 힘'이 담긴 그릇이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힘 따위, 그릇에서 어쩌다 흘러 떨어진 파편에 불과할 정도로.

이를 마음대로 하는 자에게는 애초에 시간도 형이상학적 인과율조차도── 이제는 무의미하다.

창조도 파괴도, 과거도 미래도, 관측도 확정마저도 자기마음인 것이다.

올드데우스가 울상을 짓는 미래를 보는 것도── 만드는 것조차도 쉽지만──.

"그런 치트 쓰면 뭐가 재밌어? 미래를 봐서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수니아스타』를 가진 테토만큼은 아니라도.

올드데우스라면 어느 정도의 미래는 보이지 않느냐고 비아냥 거리듯 웃으면서.

"──난 과거밖에 보지 않아."

한마디 중얼거린 뒤, 쓰레기통을 없애고 꺼낸 것은 한 권의 책과 한 자루의 깃털 펜.

신이 모으고 썼으며 편찬한…… 아직까지 백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 책은.

"그러니까 이 게임의 결과를── 다음 내용을 쓰고 싶어서 근질거린단 말씀."

전지(全知)이기를 거부한 신이 기대하는 미래.

신조차도 모르는 신화를 기록할──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다.

………….

끝까지 진의를 가늠하려는 듯한 그 침묵에. 테토는 쓴웃음을 흘렸다.

'그녀'가 테토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리가 없다.

──그 『신수』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도록 허락할리 없다.

【──그러한 '허언'때문에 불렀는가.】

"아~ 응. 놀린 거랑 도발한 건 어디까지나 덤. 으. 로☆ 본론은 있지──."

그렇게 테토는 쓴 웃음과 함께 백지 페이지를 가리키며.

"네 이름, 『수니아스타』조차 모르는데, 좀 가르쳐줄래? 여기 다 쓸 수가 없어서──."

──전지를 거부하기 때문인지.

본론조차 도발이었다는 자각도 없이 웃는 테토에게──

────뚜둑.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남기고, 교신이 끊어져버렸다.

"……우와아~……선을 뽑아버렸잖아…… 게임에서 이래도 돼?"

테토는 한숨을 쉬면서 손에 든 책에 깃털 펜을 놀렸다.

한쪽에는 세계 따위 단순하며 어린아이라도 알수있을만한 것이라 생각하는 자가 있으며.

한쪽에는 세계는 복잡기괴하며 영원히 알수없기에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자가 있으며.

한쪽에는 세계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으며 바뀔리도 없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으며.

한쪽에는 세계는 계속 바뀌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바뀌로 현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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