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을 내려보니 미야시로의 정원으로 의식이 돌아왔다.
그곳에는 과거의 소녀조차 몽상하지 못했던 광경이 있었다.
이마니티, 플뤼겔, 담피르, 워비스트──.
고대에는 무력으로 서로를 죽여댔으며, 지금도 다른 수단(게임)으로 뺏고 빼앗기며 서로를 증오하는 자들.
힘도 수명도, 존재 방식 조차도 다른 종족의 대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고 있다.
하물며 전원이, 의도는 다를지언정, 목적은 하나──
'올드데우스에 도전한다'는, 제정신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어리석은 행위 아래 화기애애하게…….
"──아나, 정말, 괜찮나?"
분노했기 때문인지, 혹은 창조의 위업에 집중했기 때문인지, 한순간 신의 지배가 느슨해진 몸의 무녀의 의식에 따라 그 물음을 입에 담고 있었다.
"──내 과오, 그때 저질러삔 잘못── 고치줄라나?"
그렇게 말하며 무녀는 천천히 하늘로 손을 내밀었다.
하얀 팔이 부드럽게 뒤집어지자 손바닥에는 찬란히 빛나는 『폰』이 떠 있었다.
그것은 의심할 나위 없는 『종의 피스』── 워비스트의 피스였다.
'그날의 잘못'을 고친다── 그날로부터 계속 쌓여있던 업보를 청산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자신은 그들과 함께 화기애애하게 웃을 자격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때야말로──
"그라믄……동부연합은──워비스트는, 느그들하고 같이 걸어갈란다."
──라고, 갈등과 고뇌를 이어나가던 무녀에게……그러나.
"흠…… 무녀님이 뭘 착각해서 심각해졌는지 솔직히 난 도통 모르겠지만."
심각해지면 죽는 병 의혹을 산 사내는── 위풍당당하게.
"고쳐달라고 한다면 우선 우리한테 심각하게 구는 착각부터 고쳐주도록 할까?!"
삼라만상 그 자체인 올드데우스에게 도전하는 몸으로서──'심각한 거부'를 외쳤다.
무녀의 고민도 갈등도 모르면서── 혹은 알면서 그러는 것인지.
그야말로 어린아이와도 같은 눈에, 그저 기대만을 담은 남매(두 사람)는.
"우린 운 좋게도! 이 멤버로 올드데우스(하느님)와 게임을 할 기회를 얻었닷!!"
"……그리, 고…… 게임 할, 거면……당연, 시로네, 이긴다……따라서──."
"당연히! 즈그윽히 자연스럽게 필연적으로! 동부연합도 올드데우스도 기타 등등 잡다한 것들도 한꺼번에 에르키아 연방 차지!!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이해하기 쉽지?"
──어른들은 어려운 생각을 하는구나아~ 하고 감개무량하게 말하는 아이들의 얼굴로.
무녀의 눈에는 더이상 비치지 않게 된 것을── 또렷이 비추는 눈으로.
강렬한 의지── 그저 신이 난 빛을 깃들인 두쌍의 눈은 말했다.
"진짜 같잖게도, 어디까지 진심이 될 수 있는지 멍청함을 겨루는 승부잖아?"
"……그러, 니까……시로네…… 지는, 거……있을 수 없어……."
"제일가는 멍청이를 결정하는 놀이── '멍청함 승부'에선 신에게야말로 질 수가 없지."
──그저 그뿐이라고, 단순한 『놀이(게임)』이라고.
강자도, 약자도, 그저 서로 도전하고, 도전을 받는── 결과론일 뿐이라고.
'도전하는 자'도, '기도하는 자'도, 그저──자기가 어떻게 존재하고 싶은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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