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일곱
긴장감과는 무관한, 기대할 만한 요소 따위 전무한.
저마다 커다란 짐을 짊어진, 나이도 종족도 성별도 제각각인이 자들이.
'신'에게 도전한다는 무모한 계획에 나서려 하는, 사랑스러운 바보들이었다.
유일신이 정한 질서(규칙)위에 성립된 절대적 정의, 『정석』을──뒤집기 위해.
──단순한 게임피스(Prayer)가 아니라, 대등한 상대(Player)로서.
그 사실에 사랑스러움마저 느끼고, 무녀는 의식 속에서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동시에 생각했다── 지금의 그녀로서는 이해할수 없는 존재들이리라고.
『──하면 맹세하라. 그대들의 언어로서, 이 시시한 유희에 서 그대들의 죽음을 인(認)하라.』
담담히, 자신들의 파멸에 이르는 맹세를 스스로 선언하라고 종용하는 올드데우스, 그러나──
"아, 그 전에 한 가지만 말해도 될까?"
그렇게 맥 빠지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느긋한 어조로 소라가 말했다.
"댁의 이름을 아직 못 들었는데 말입죠?"
『──알아 어찌하겠다는 것이냐, 저변의 존재여.』
"어? 앞으로 탈탈 털어 밟아버릴 상대의 이름 정도는 기억해 두는게 최소한의 예의 아냐?"
──충격으로 대기가 삐걱거렸다.
그 자리의 모든 이들── 플뤼겔인 지브릴조차 움츠러들 만한 위압감.
그 사실에──무녀는 실소했다. 이 몸에 『신수』를 깃들인 지 이미 반세기 이상.
그녀가 이렇게까지'언짢음'을 드러냈던 일이 있었을까──
심지어.
"……어? 저기──내가 뭐 특별히 화나게 할 소리 했어?"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인지, 도발했다는 자각조차 없는──시시껄렁한 이마니티의 가벼운 어조라니.
"……빠야, 괜찮,아……특별한,소리……하나도,안했어."
"그,그치이?! 난 딱히 그러려던 게──."
아연실색하는 소라에게 엄지를 척 세운 시로가 웃으며 대답했다.
"……빠야……숨만, 쉬어도……사람, 빡치게……하니까."
"과, 과연 마스터! 신을 '분노사' 시키려 하시다니, 이 무슨 심모원려──!!""
"신에게조차도 도움닫기해서 주먹질을 날릴 사람이란 걸 증명하셨네요…… 훌륭해요."
"그냐앙 게임 그만두고 언어의 폭력으로 신을 죽이는 건 어때요오? 소라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에."
"……소라, 진짜 쩐다, 요……."
"망할 원숭이……네놈, 한순간이라도 심각해졌다간 죽는 병이라도 앓는 게냐……?"
안개가 낀 의식 속에서, 화기애애한 그들의 모습에서 몰래 웃음을 흘렸다.
이제는 맹새의 말도 없이 게임 보드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신의 시선 중 하나를 타고.
미야시로──그곳에서 펼쳐진 칸나기리(수도)의 마천루. 그리고 동부연합의 수많은 섬에 세워진 뭇 도시…….
생애를 들여 구축했던 조국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그 옛날, 이름도 없는 금색여우 소녀는 꿈을 꾸었다.
끝없이 『정석』을 파괴해나가── 그 너머를 추구하고 만들어낸 나라.
──그러나 그곳에 이제 옛날의 소녀는 없다.
어른이 되고 만 소녀, 무녀는 그날 ……깨닫고 말았다.
──『정석파괴』에는……명확한 끝이 있었다.
철저히 연구했던 게임이, 틱택토에 이르러 선수필승으로 귀결되듯.
약자(게임피스)가 아무리 발버둥을 치더라도 결코 보드 위에서는 뛰쳐나갈 수 없음을.
──'도전하는자(Player)'와 '기도하는자(Prayer)'
이 세계는 어디까지 가더라도 강자(Prayer)가 약자(Prayer)를 게임 피스로 삼아 놀이에 열중하는 게임 보드이며.
그 『정석』만은──뒤집을 수 없다.
다름 아닌 어린 시절의 소녀가 행했던 『속임수』가 그 사실을 증명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체념과 실망을 얻은 무녀.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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