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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현진건) / 줄거리, 이해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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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현진건)
                                                                               [줄거리] 
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느 날, 인력거꾼 김 첨지에게 행운이 불어닥친다. 아침 댓바람에 손님을 둘이나 태워 80전을 번 것이다. 거기에다가, 며칠 전부터 앓아 누운 마누라에게 그렇게도 원하던 설렁탕 국물을 사줄 수 있으리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를, 1원 50전으로 불러 세운 학생 손님까지 만났기 때문이다. 엄청난 행운에 신나게 인력거를 끌면서도 그는 마누라 생각에 내심 켕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손님 하나를 흥정하여 또 한차례 벌이를 한 후, 이 '기적'적인 벌이의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하여 길가 선술집에 들른다.
얼큰히 술이 오르자, 김첨지는 마누라에 대한 불길한 생각을 떨쳐 버리려 술주정을 하면서 미친 듯이 울고 웃는다. 마침내 취기가 오른 김첨지가 설렁탕을 사들고 집에 들어온다. 무서운 정적이 감돈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이의 젖 빠는 소리만 난다. 어쩌면 이 침묵을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대문에 들어서면서 괜히 소리를 지르며 허장성세를 부린 것이 그것이다. 김첨지는 문을 왈칵 연다. 땀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른다. 김첨지는, 이년, 주야장천 누워만 있을 거냐고 하면서 발로 아내를 찬다. 반응이 없자 달려들어 머리를 흔들며 '이년아 말을 해라'고 소리를 지른다. 이러다가 흰 창이 검은 창을 덮은 눈을 보게 되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다.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비비대며 중얼거린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인물의 성격] 
@ 김첨지 → 자본주의의 침투로 인하여 부단히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인력거꾼. 다감하면서도 야성적, 반항적인 인물로 가난한 서민의 모습을 대변함. 
@ 아내 → 병들고 가난한 인력거꾼의 아내로 굶기를 밥먹듯하여 설렁탕을 먹는 것이 소원이었으나 그 굼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다. 작품의 행·불행을 결정짓는 인물
    [구성 단계] 
                  ※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직선적으로 연결된 단순구성 
발단 : 인력거꾼 김 첨지는 오랜만에 행운을 만나 병든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 먹일 수 있게 되어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전개 : 행운이 계속되자 김 첨지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귀가를 서두른다. 
위기 : 선술집에서 친구 치삼이와 술을 마시면서 김 첨지는 아내에 대한 불안감으로 횡설수설한다. 
절정 : 설렁탕을 사 들고 들어온 김 첨지는 불길한 침묵에 맞서 고함을 친다. 
결말 : 아내의 죽음을 확인한 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하고 독백한다.
    [이해와 감상] 
1920년대 사실주의 소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운수좋은 날>은, 김첨지라는 인력거꾼의 하루 동안의 일과와 그 아내의 비참한 죽음을 통해 일제 식민지 치하 하층 노동자의 궁핍한 생활상과 기구한 운명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첨지의 뇌리에 끊임없이 작용하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예감과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또한 외형적으로 더해가는 행운과 내면적인 불안감이 상호 맞물리면서 작품 전개의 박진감을 더해 준다. 그러나 김첨지는 그런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바삐 귀가하지 않고 술을 마시며 횡설수설한다. 이것은 불안감이 극에 달했음을 드러내는데, 그 불안은 집에 들어서면서 순간적인 공포로서 절정에 이르고, 방 안에 들어서면서는 곧바로 죽음을 확인, 비통한 결말에 도달하게 된다.
이 작품의 구조는 전체가 '반어(아이러니)'로 이루어져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전반부의 김첨지의 운수좋은 하루가 후반부에서는 아내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이어지는 극적인 반전을 통해, 인간의 운명적 반어(상황의 아이러니)를 공감할 수 있고, 이 작품의 사회적 주제를 선명히 부각시키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제목인 '운수좋은 날' 도 가장 참혹하고 비통한 날에 대한 반어적 표현으로서 그 참모습이 드러난다. 사실과 달리 운수 좋은 날로 표상한 이 아이러니는 단순히 아이러니컬한 제목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러니의 간극 만큼 비극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돈을 벌 게 되어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한 바로 그 날이 가장 운수 사나운 날이 되고 마는 처절한 삶의 실상을 아이러니를 통해 표현하려 한 것이다.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사실주의 소설 
                  (현실 고발적) 
▶ 배경 : 일제시대 어느 비오는 겨울날의 서울 
             <하루종일 내리는 '비'는 인물의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는 상징적 배경임>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문체 : 대화의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여 작중인물을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제시함. 
              대화 속에 비속어나 욕설을 삽입하여 하층 노동 계급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냄. 
▶ 갈등구조 : 돈과 아내를 둘러싸고 김첨지의 심리 내부에서 반복되고 심화되는 갈등 
▶ 주제 ⇒ 일제치하 하층민의 비참한 생활상
    [생각해 볼 문제] 
1. 김첨지가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기까지의 심리적 변화 과정을 서술하라. 
⇒ 취중에 아내를 위해 설렁탕을 사들고 오면서도 불길한 침묵에서 오는 두려움과 공포를 쫓아 버리려고 허장성세의 고함을 지른다. → 방 안의 추기를 느끼며 아내의 다리를 치지만 딱딱한 느낌에 불길한 예가을 확인한다. → 아내의 머리를 쳐들어 흔들며 욕설을 퍼부으나 살아있기를 바라는 기대감은 무너지고 아내의 죽음에 고통어린 통곡을 한다.
2. 설렁탕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는 ? 
⇒ 돈의 대응물로서, 당대 민중의 가난한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객관적 상관물이다.
3. 이 소설에서 그려진 죽음과 돈의 관계에 대해 말해 보자. 
⇒ 돈은 죽음을 초래하는 가난을 극복할 대안이다. 그러나 돈이 생기면서 죽음은 심각하게 드리워진다. 따라서 돈의 증가는 곧바로 죽음을 향한 하강으로 이어진다. 이 아이러니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이다.
4. 이 소설 전편을 감도는 정조는 어떤 것인가? 
⇒ 즐거움과 불안함이 교차하면서 드러나는데, 순간적 즐거움이 지나고 나면 이내 우울한 그림자가 닥친다. 칙칙하게 비가 내리듯이 전체적으로 울적한 분위기를 띤다.
5. 김첨지가 집으로 빨리 돌아가지 않고 술을 마시며 돈을 뿌린 행위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 내면에서 아내의 죽음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어 왔기 때문에 그 불안의 확인을 유보하려는 심리가 발동하였으며, 그 불안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게 되었다. 술을 마시고 취하자 김첨지는 아내의 죽음이 돈과 관계됨을 생각하고는 그만 돈을 뿌리고 만다.
    [더 알아 봅시다] 
■ 반어(아이러니, irony) : 직선적인 표현만으로는 현실을 도저히 드러낼 수 없을 때 비틀린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더욱 큰 전달 효과를 노린 표현기법이다. 
① 언어적 반어 → 겉으로 드러난 말과 실질적 의도가 다르거나 정반대인 경우 
② 상황적 반어 → 주인공이 체험하는 사건이나 의도하는 일이 종국적으로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는 딴판인데도 전혀 모르고 행동하는 경우.
■ 이 작품의 제목과 글의 구조가 갖는 반어적 성격 
객관성을 비교적 존중하면서 논평적인 보고보다는 장면 제시의 서술방법을 택하고 있는 이 작품은, 김첨지의 모처럼만의 행운(운수좋은 날)과 그러한 행운이 불운으로 급전함으로써 독자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즉 상황이나 사건 진술들이 모두 전후가 대비되어 있는데, 전반에 이루어진 행운이 급속하게 바뀌어 불행으로 반전하는 데서 아이러니가 유발되며, 바로 이러한 결말의 아이러니에 의해 이 작품의 비극적 주제가 강하게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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